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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산업재해, 강력한 제재로 막을 수 있을까?

by 소소한시사 2025. 9. 18.

우리 사회는 매년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 소식을 접합니다. 특히 건설 현장을 비롯한 노동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망 사고는 더 이상 ‘불가피한 위험’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정부가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기업의 반복적 산업재해에 대해 최대 이익의 5%를 벌금으로 부과하고, 심각할 경우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게 하는 규제를 내놓았습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노동 안전 인식과 기업 책임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그렇다면 이 정책의 의미와 파급력은 어디까지일까요?

 

반복되는 산업재해, 강력한 제재로 막을 수 있을까?

 

 

1.산업재해의 반복, 왜 근절되지 않는가

산업재해는 매년 수천 건 이상 보고되며, 그중에서도 ‘사망사고’는 사회적 충격이 큽니다. 문제는 이런 사고가 한두 번 발생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업이나 업종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데 있습니다. 건설업, 조선업, 제조업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이들 업종의 특징은 하청·재하청 구조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원청은 공사비 절감을 이유로 하청에 작업을 맡기고, 하청은 다시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안전 관리에 소홀해지는 구조가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고, 사고가 나더라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특히 일부 기업은 ‘벌금도 비용의 일부’라는 인식을 가지고, 안전 관리보다는 공사 기한 준수나 이익 극대화에 더 큰 무게를 두기도 합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사고가 나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벌금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거대한 공사 수익에 비해 ‘가벼운 벌금’ 정도로 인식했기 때문에 근본적인 개선 의지를 가지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정부 방안은 단순히 벌금 액수를 높이는 수준이 아니라, 기업이 이익을 얻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안전 규칙’을 법적·경제적 강제 장치로 심어주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2.기업 책임 강화, 법적 장치의 변화

정부가 발표한 이번 규제의 핵심은 반복적이고 중대한 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이익의 최대 5%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정액형 벌금이 아니라 기업의 매출과 수익 규모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대기업이나 대형 건설사들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이 연속적인 사망사고를 발생시킬 경우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벌금보다 이익이 크다’는 기존의 잘못된 계산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입니다.

또한 법안에는 면허 정지나 취소와 같은 행정 제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업이 이익을 내기 위해 반복적으로 안전 규정을 무시한다면, 사업 자체를 지속할 수 없게 만드는 초강수입니다. 이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기업 활동의 가장 기초적이고도 중요한 책무임을 분명히 한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산업재해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인식이 존재했지만, 이제는 ‘안전을 지키지 않으면 기업 존립이 위태롭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는 것이지요.

이 같은 변화는 국제적인 추세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유럽이나 북미 국가들 역시 노동 안전에 대한 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투자자들 역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 이슈를 중요한 항목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한국 정부의 규제 강화는 국내 노동자의 생명권 보장을 넘어,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3.노동 안전 문화의 전환을 위하여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법적 제재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법이 아무리 엄격해도 현장에서 안전 의식이 자리 잡지 못한다면 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제재 강화는 기업 경영진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동시에 노동자 개개인의 안전 교육, 현장 관리 감독 강화, 기술적 안전 장비 도입 등을 함께 추진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안전 비용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안전 투자가 장기적으로는 인력 유지, 생산성 향상, 기업 이미지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또한 정부 역시 단속과 제재를 넘어 현장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이나 영세 하청업체는 안전 설비를 갖추고도 유지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 교육 지원, 안전 장비 보조금, 기술 컨설팅 등이 확대된다면 법적 규제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 전체가 ‘노동자의 생명은 어떤 경제적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원칙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문화적 노력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이번 규제가 단발적인 정책에 그치지 않고 안전 사회로 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